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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emble Eins String Quartet Concert

앙상블 아인스 현악사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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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26 (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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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베베른 Anton Webern

Six Bagatelles, Op. 9

 

 

1909년과 1913년 사이, 안톤 베베른은 현악 사중주를 위한 세 묶음의 곡을 작곡 하였는데, 각각 다섯, 넷,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원래 베베른은 이 곡들을 하나의 큰 그룹으로 묶어 Opus 3으로 출판할 계획 이었으나, 나중에 이 구상을 포기하고 곡들을 Five Movements, Op. 5와 Six Bagatelles, Op. 9로 나누었습니다. 

 

1924년 베베른은 친구인 알반 베르크에게 Bagatelles 악보를 주며 "Non multa sed multum" (라틴어로 "양은 적지만 내용은 많다”) 라는 문구를 적어 넣었습니다. 20세기 초 베베른과 그의 동료들(쇤베르크, 베르크)이 조성을 포기했을 때, 그들은 음악적 긴장을 시간적으로 길게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도 함께 포기했습니다. 이는 초기 무조 음악이 짧고 간결하게 되는 경향을 낳았고, 특히 베베른의 "Six Bagatelles"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음악학자 Kathryn Bailey는 이 곡들에 대해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 속삭이는 암시들, 다른 세계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숨결” 이라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악장은 연주 시간이 1분미만으로 매우 짧으며, 특히 2, 3악장은 30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쇤베르크는 출판된 악보의 서문에서 이 곡들의 절제와 규율을 극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토록 짧게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요구되는 절제를 생각해 보십시오. 모든 시선은 한 편의 시로 확장될 수 있고, 모든 한숨은 한 편의 소설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설을 단 한 동작으로, 기쁨을 단 한 번의 숨으로 표현하는 것—이런 집중력은 자기 도취가 완전히 배제 되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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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시오 호소카와 Toshio Hosokawa

Blossoming (2008)

토시오 호소카와의 "Blossoming"은 2008년에 작곡된 현악 4중주 작품으로, 일본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연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곡입니다. 약 15분간의 단악장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섬세하고 조용한 하모닉스와 글리산도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마치 연꽃 봉오리가 피어날 준비를 하는 모습을 연상 시킵니다. 

초반부 에서는 음의 다이내믹이 낮고, 투명한 음색과 미세한 떨림이 작은 생명이 깨어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중반부에 접어들면, 각 악기는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텍스처가 더욱 풍부해지고 다채로워 집니다. 미분음을 사용하여 음정의 미묘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강렬한 다이내믹 대비를 통해 연꽃의 꽃잎이 서서히 펴지며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과정을 음악적으로 묘사합니다. 작품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감정적으로 강렬하고 역동적인 연주가 이루어집니다. 연꽃이 완전히 피어나며, 각 악기의 조화로운 하모니와 활기찬 리듬이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형성합니다. 이 순간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력의 폭발적인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합니다.

 

결말 부분에서는 다시 조용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로 돌아갑니다. 하모닉스와 부드러운 멜로디가 결합되어 연꽃이 완전히 피어난 후의 평온한 순간을 상징합니다. 마지막 부분은 깊은 여운을 남기며, 곡의 전체적인 주제를 고요하게 마무리합니다.

 

호소카와는 전통 일본 음악의 요소와 현대 서양 음악의 기법을 결합하여 독특한 음악적 어법을 보여줍니다. 그는 미분음과 다양한 특수 주법, 다채로운 음색의 조합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음향 세계를 창조했습니다. "Blossoming"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하는 명상적인 음악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캐서린 발취 Katherine Balch

Drip Music (2021)

 

"Drip Music"은 2021년에 작곡된 실내악 작품으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음악적으로 탐구한 작품입니다. 발취는 이 작품을 통해 물방울의 섬세한 자연 현상을 독특한 음악적 언어로 재현하며, 물소리의 매력과 복잡성을 표현 하였습니다. 마치 물방울이 한 방울씩 천천히 떨어지는 소리를 연상시키며, 악기마다 교묘하게 음향을 주고받으며 세밀한 소리의 느낌을 형성합니다.

 

시작 부분에는 물방울이 처음으로 떨어지는 순간의 신비로움과 고요함을 표현합니다. 곡은 점차 더 복잡하고 깊이 있는 느낌으로 발전합니다. 각 악기는 독특한 리듬과 음색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파동과 잔향을 묘사합니다. 불규칙한 리듬과 예기치 않은 음향의 변화는 물방울의 움직임과 그로 인한 반응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는 물의 유동성과 예측할 수 없는 특성을 반영하며, 물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하게 합니다.

곡의 절정에서는 강렬한 다이내믹의 변화와 음향적 대비가 두드러집니다. 빠르고 격렬한 리듬, 높은 음역에서의 바이올린 선율, 첼로의 깊고 풍부한 음향이 조화를 이루어 물의 강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표현합니다. 이는 물의 위력과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드러내며,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마지막으로, 점점 희미해지는 음향은 물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전달하며 곡을 마무리합니다. 이는 음악적 여운과 깊은 감동을 남깁니다.

 

"Drip Music"은 자연의 물리적 현상을 예술로 승화시킨 독창적인 작품으로, 물방울의 섬세함과 생명력 넘치는 움직임을 음악적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작곡가의 혁신적인 작곡 기법과 깊은 자연에 대한 이해가 담긴 이 작품은 물의 다채로운 면모를 탐구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중간 휴식 -​

헬무트 라헨만 Helmut Lachenmann

현악 4중주 제1번 "Gran Torso " (1971-1972)

자신의 음악을 기악적 구체음악 (musique concrète instrumentale) 이라고 정의한 헬무트 라헨만이 1971-1972년에 작곡한 현악 사중주 제 1번 "Gran Torso" 는 소리 그 자체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곡을 통해 라헨만은 전통적인 음악 형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소리의 가능성을 모색하려 했습니다. 

"Gran Torso"는 약 20분 동안 연주되는 단일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통적인 멜로디나 화성적 진행보다 소리 자체의 질감과 음향적 변화를 강조한 곡입니다. 작곡 과정에서 라헨만은 악기와 연주자의 물리적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다양한 소리를 탐구했습니다. 현악기를 연주하는 동안 만들어지는 마찰음, 부딪힘 소리, 심지어는 숨소리까지도 음악의 중요한 요소로 포함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음악적 기대를 넘어서서 새로운 청각적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곡의 시작에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활을 사용해 현을 미세하게 긁거나, 활의 나무 부분을 현에 비벼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익숙하지 않은 소리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이를 통해 소리의 물리적 특성과 그로부터 나오는 다양한 음향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가지게 될 것 입니다.

 

곡 전체에서는 소리의 다양한 텍스처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각 악기는 독특한 소리와 음색을 탐구하며, 다양한 특수주법을 사용해 소리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깊이 있는 음향을 만들어냅니다. 불규칙한 리듬과 예기치 않은 음향 변화는 전통적인 음악 형식에서 벗어난 소리의 역동성을 강조합니다. 결말 부분에서 다시 조용하고 섬세한 소리로 돌아갑니다. 음량과 템포가 서서히 줄어들며 소리는 점점 희미해 집니다.

 

현악 4중주 제1번 "Gran Torso" 는 소리 그 자체의 본질과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소리의 새로운 차원을 제시합니다. 이 작품이 현대 음악의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소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 합니다. 이 곡을 통해 소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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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비올리스트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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